베토벤은 한 사람의 음악가로서나 서양 음악사에 큰 공적을 남긴 대 음악가이다. 그의 음악은 ‘인간 정신의 최고의 표현’이라고 까지 평가되기도 한다. 특히 교향곡, 현악 4중주곡(실내악곡)이나 독주 악기를 위한 소나타 등, 기악곡 영역에서의 작품은 인류 영원의 보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나폴레옹에게 바치려 했던 「영웅」으로 시작되는 제2기의 그의 작품들은 당시 도래한 새로운 시민 사회에의 희망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그는 우선 탁월한 피아노 연주실력으로 빈의 음악계에 데뷔했다. 그래서 작곡도 당연히 피아노 음악에 중점이 놓였다. 1795년(25세) 최초의 공개 연주회에서 자작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연주하여 대성공을 거두고 젊은 마이스터로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후 위대한 작곡가로서 미래를 내비치는 여러 작품을 발표하는데 그 중 “비창(1798)”과 “월광(1801)”이 대표적이다.
독창적인 구성의 “비창”
“비창”은 베토벤 초기의 11곡 소나타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독창적인 구성과 한 번도 알려진 적 없는 강렬한 내용을 소나타라는 형식에 담았다는 점이 빛나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베토벤은 이 곡을 28세에 작곡하였다. 이때는 부룬스비크가의 아름다운 두 아가씨, 테레제와 요세피네가 그의 피아노 제자로 입문했던 해이기도 하다. 그녀들의 사촌인 줄리에타 귀치아르디도 그다음에 베토벤의 제자로 입문했다고 한다. 이 시기 베토벤은 청춘의 풋풋한 시기를 보냈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비극적인 숙명이 이 작품에서 예견이 된 것일까, 전 32곡의 그의 작품 중 부제목을 붙인 작품은 “비창”과 “고별” 뿐이었다. 두 작품 다 제1 악장이 매우 특징적이며 훌륭하게 쓰인 서주 부를 가진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있다. 특히 “비창”에서는 이 무겁고 느린 서주 부의 악상이 전개부의 첫머리와 악장의 마침표에서 되살아난다. 주부 소나타 형식의 제2 주제는 제1 주제의 분신과 같은 역할을 하고 알레그로에 있어서는 대변자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이 곡의 두 주제의 대립 관계는 오히려 그라베의 서적 주제와 주부 제1 주제와의 사이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아주 독창적인 발상이다.
이 제1악장의 반복이 곡의 머리에 와야 하는가, 주부의 첫머리로 되돌아와야 하는가에 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어서 왔지만, 베토벤의 독창적인 발상의 의도를 이해한다면 곡의 머리에 되돌아가야 한다는 설을 지지하게 될 것이다. 물론 상식적인 연주에서는 알레그로 반복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그러나 레코드에서는 반복을 생략하는 편이다.
지성파로 알려진 브렌델(Alfred Brendel)의 연주는 균형 잡히고 호연한 연주로 알려져 있다. 산뜻하게 들리는 그의 “비창”은 트릿한 느낌이 적은 편이다. 트릿한 느낌의 연주는 클라우디오 아라우(Claudio Arrau)의 연주가 있다. 브루노 게르바의 작품은 첫머리부터 당당하게 전개되지만 피날레의 해석은 다소 일관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줄리에타에게 바쳐진 사랑의 곡 “월광”
줄리에타와의 사랑의 계절에 쓰여 그녀에게 바쳐진 곡이 “월광”이다. 그 때문인지 “월광”이라는 이례적인 부제가 붙어있다. 이 제목은 평론가인 렐시타프가 ‘호수에 비친 달빛을 생각나게 한다.’고 한 말에서 따온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로맨틱한 느낌의 작품이라고 일반적으로 소개가 된다.
그런데 빌헬름 캠프(Wilhelm Kempff)의 연주에서는 베토벤이 말하는 ‘환상’에는 낭만적이며 시정이 넘치는 환영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환상적인’이라는 의미는 ‘형식에 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을 의미한다는 점을 잘 시사해준다.
슈만의 “환상곡 작품17” 또는 슈베르트의 “방랑인 환상곡”을 보면 소나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작품들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슈만의 경우는 가까스로 소나타의 범주에 들 정도의 느낌이다. 이들은 낭만파 작풍으로 유명하다. 이런 작곡자들의 곡조차 이러하기에 “월광”이라는 별명이 주는 선입견 때문에 베토벤에게서 로맨틱한 느낌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월광”에서 자유로움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본래 소나타 형식 알레그로 첫머리의 악장이 결여된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본래의 제2악장부터 시작되어있던 셈이다. 이것을 알아차리기만 하면 “월광”의 구성의 수수께끼는 바로 풀린다. 즉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를 어째서 소나타 형식의 느낌으로 썼느냐는 문제의식을 품은 채, 이러한 구조성을 명확하게 부각한 연주는 베토벤이 의도한 자유로움을 잘 표현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는 앞서 소개한 빌헬름 캠프의 연주에서 잘 드러난다.
20세기 후반 템포가 조금 빠른 아다지오가 일반화되면서 점점 아다지오-소나타 형식을 의식적으로 빨리 치는 연주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연주자가 글렌 굴드(Glenn Herbert Gould)와 호로비츠(Vladimir Horowitz)이다. 호로비츠의 경우 1956년 녹음된 모노 음반이 좋은 연주로 알려져 있다.
2022.12.13 - [음악] - 슈만 : 다비드 동맹 무곡집, 사육제, 환상 소곡집
슈만 : 다비드 동맹 무곡집, 사육제, 환상 소곡집
다비드 동맹 무곡집(DAVIDS BÜNDLER TÄNZE OP. 6(1837)) 이 세상에서 이처럼 이상한 모음곡은 또 다시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기묘한 것이므로, 곡을 살리거나 죽이는 것도 연주가에 의해 좌우된다.
beetip.my-melody.co.kr
2022.12.13 - [음악] - 바흐의 클라비어 작품들 :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2성 인벤션, 프랑스 모음곡 제5번 사장조
바흐의 클라비어 작품들 :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2성 인벤션, 프랑스 모음곡 제5번 사장조
평균율 클라비어곡집(DAS WOHLTEMPERIERTE KLAVIER BWV846-893(1722, 1744)) 48곡의 “전주곡과 푸가”로 이루어진 두 권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을만큼 중요한 기악곡은 다시 없을지도 모른다. 바흐의 시
beetip.my-melody.co.kr
2022.12.13 - [음악] - 드뷔시의 피아노 음악
드뷔시의 피아노 음악
달빛(Clair de lune) 클로드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1862~1918)의 작품 계열 속에서, 오케스트라나 피아노 반주가 붙은 가곡에 비해 의외로 피아노 음악의 중요성이 가볍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beetip.my-melody.co.kr
2022.12.13 - [음악] - 젊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비창”과 “월광”
젊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비창”과 “월광”
베토벤은 한 사람의 음악가로서나 서양 음악사에 큰 공적을 남긴 대 음악가이다. 그의 음악은 ‘인간 정신의 최고의 표현’이라고 까지 평가되기도 한다. 특히 교향곡, 현악 4중주곡(실내악곡)
beetip.my-melody.co.kr
2022.12.12 - [음악] - 쇼팽 : 12개의 연습곡에서 제3번 마장조(이별의 곡), 피아노 협주곡 제1번 마단조
쇼팽 : 12개의 연습곡에서 제3번 마장조(이별의 곡), 피아노 협주곡 제1번 마단조
12개의 연습곡에서 제3번 마장조(이별의 곡)(12 ÉTUDES~NO.3 IN E-MAJOR OP.10~3(1829~32)) 연습곡(에튀드)이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피아노 연습곡이다. 바이엘이나 체르니가 일반적으로 가장 널리 연
beetip.my-melody.co.kr
2022.12.12 - [음악] -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 방랑인 환상곡, 악흥의 한 때, 즉흥곡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 방랑인 환상곡, 악흥의 한 때, 즉흥곡
1. 방랑인 환상곡(WANDERER-FANTASIE OP. 15(1822)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가 대개 모차르트 스타일의 멜로디라면, “방랑인 환상곡”은 오히려 베토벤 스타일의 구성 파형이다. 즉 소나타 형식, 4악장
beetip.my-melody.co.kr
2022.12.12 - [음악] -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 피아노 소나타 가단조, 피아노소나타 가장조(터키행진곡 붙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 피아노 소나타 가단조, 피아노소나타 가장조(터키행진곡 붙은)
피아노 소나타 가단조(KLAVIERSONATE A-MOLL K. 310(1778)) "단조의 모차르트“라는 레코드가 있다. 바렌보임의 솔로 연주로 K457과 피아노 소나타 가단조가 들어있는데, 연주보다도 타이틀이 더 인상적이
beetip.my-melody.co.kr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흐의 클라비어 작품들 :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2성 인벤션, 프랑스 모음곡 제5번 사장조 (0) | 2022.12.13 |
---|---|
드뷔시의 피아노 음악 (0) | 2022.12.13 |
쇼팽 : 12개의 연습곡에서 제3번 마장조(이별의 곡), 피아노 협주곡 제1번 마단조 (0) | 2022.12.12 |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 방랑인 환상곡, 악흥의 한 때, 즉흥곡 (0) | 2022.12.12 |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 피아노 소나타 가단조, 피아노소나타 가장조(터키행진곡 붙은) (0) | 2022.12.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