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소나타 가단조(KLAVIERSONATE A-MOLL K. 310(1778))
"단조의 모차르트“라는 레코드가 있다. 바렌보임의 솔로 연주로 K457과 피아노 소나타 가단조가 들어있는데, 연주보다도 타이틀이 더 인상적이다. 모차르트의 작품들에는 이러한 타이틀이 붙을 정도로 단조가 드물다. 그렇지만 역설적이 되게도 모차르트의 단조에는 진짜 걸작이 많다. 소나타라 해도 이 두 곡은 틀림없이 대단한 걸작이다. 특히 가 단조 소나타가 훌륭하다. 피아노 협주곡에서는 제20번(K466)과 제24번(K491) 모두가 명곡 중의 명곡이다. 물론 제24번(K491)은 제20번(K466)에 비해서 조금 수수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교향곡에서는 ”라스트 6“이라 하여 제36번 ”린츠“ 이후를 걸작으로 치지만, 유일한 곡의 단조 교향곡이 ”사단조“의 제40번이다. 단지 ‘사단조’만으로 이 곡이라고 알려진 만큼 유명한 것이다. 다만 또 한 곡의 사단조 심포니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제25번이 그것이다.
그런데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가 모두 3악장으로 구성되어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모차르트의 작품들은, 교향곡은 4악장, 소나타는 3악장으로 확실하게 결정된 것 같다. 그것이 모차르트가 하이든, 클레멘티, 베토벤 등의 다른 고전파 작곡가와 매우 다른 점이다. 이 곡도 또한 3악장으로 세 악장이 다 대단한 걸작이다. 유명한 형제, 가장조 소나타(K331)보다도 품격이 훨씬 높은 곡이지만, 통속적인 멋은 조금 부족한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안단테․칸타빌레․콘․에스프레시보네이다. 마코토니오․몬로이풍으로 말을 바꾸면 “노래와 정이 있는 산보 조”라고 할 수 있다. 바장조의 제2악장의 매력은 가장조 소나타의 어느 부분보다도 낮다고 생각하지만…….
그런데 이 곡의 레코드는 먼저 기제킹을 들어야 한다. 모든 허식을 씻어버리고, 매우 겸허한 태도의 명연으로 모차르트 단조를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가의 표본을 보여준다. 무심코 하면, 이 곡은 서정에 빠지거나 정서에 밀려 흘러가거나 하여 무턱대고 자극적인 악취미 연주로 되어버리는데, 그것은 매우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지나치게 냉정해도 안 되고, 지나치게 당당해도 느낌이 좋지 않으므로 기제킹의 것이 훌륭한 연주라 할 수밖에 없다. 리파티의 것은 조금 서정성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 같다. 쇼팽과 연결하여 모차르트를 파악하고 있는 것일까? 그의 연주는 간단하게 말하면 강약의 변화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그의 연주 또한 기제킹의 것과 견주어서 들어볼 만한 좋은 연주이다.
Wolfgang Amadeus Mozart(1756.01.27~1791.12.05)
피아노소나타 가장조(터키행진곡 붙은)(KLAVIERSONATE A-DUR K.331(1778))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는 18곡이다. 1774년, 18세가 되던 해 다섯 곡을 한꺼번에 작곡한 것을 비롯하여, 1778년인 22세 때에도 다섯 곡을 작곡했다. 다 같이 한꺼번에 다섯 곡을 썼는데도 이것이 하나 같이 균등하게 훌륭하다. 가단조(K310)도, 이 가장조(K331)도 다 이 범주에 들어가는 걸작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조(K331)가 유명한데, 그것은 “터키 행진곡”이 포함된 까닭이기도 하지만, 장조성에도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조에서 대표 주자가 베토벤이라면 장조를 대표하는 자는 모차르트이다.
가장조의 소나타는 본질적으로 소나타 형식이 결여된 소나타라는 것이 특징이다. 제1악장은 주제와 여섯개의 변주로 된 8분의 6박자로 안단테․그라지오소로 되어있다. 아름답고 우아한 귀부인처럼 빛을 내는 이 주제는, 마치기 직전에 잠깐 정열에 이글거리는 눈동자처럼 빛난다. 제5변주는 아다지오이며, 코케트리에 찬 온갖 농간으로 요염하고 아름다운 자태에 품위 있는 성적 매력을 풍기고 있다. 모차르트의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 여기에 있다. 마지막 변주는 알레그로이다. 후반은 확대되어 종지부를 형성한다. 이리하여 모차르트 변주곡의 전형을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셈이다.
제2악장은 미뉴에트이다. 같은 조이지만, 트리오가 하속(라장)조인 것이 특징이다. 3악장 중에서 가장 매력이 결여된 곡이다. 이어서 유명한 터키 행진곡이 나오는데, 모차르트는 현명하게도 이것을 가단조로 시작했다. 이윽고 위세 좋은 북이 들어가는 가장조 주제가 등장하며, 올림 바(나란한)단조의 삽입부가 이어짐으로써 원조의 주권이 강조된다. 다시 한번 가장조 주제가 등장한 후에 첫머리의 악상이 가단조로 되돌아가서 재현되는데, 여기까지의 형태는 이른바 보겐 폼(활 모양의 형식)이며 시메트리(대칭)의 구성이다. 이후에 다시 한번 가장조 주제가 재현되어 앙양된 악장의 마침표로 돌입해간다. 긴장되며 흥분되는 끝남이다. 이런 특이한 형태의 소나타는 베토벤의 작품 26이라든가, 모차르트 자신의 내림 마장조(K282) 등으로 드물지만 마장조(K282)는 아다지오로 시작되는 소나타 형식이므로 차라리 “월광”에 대응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발매된 레코드는 모두 명곡뿐으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하기 곤란하나, 기제킹의 전곡 앨범으로 입문하면 좋을 것이다. 색다른 점에서는 감각파인 호로비츠의 라이브 녹음이 알아주는 명연이다. 지성적으로 색다른 굴드의 것은 특히 색다른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만약 정통파라면 피리스라든가, 헤브라 등을 들어보라 할 수 있다. 브렌덴의 연주도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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